'아기 장난감 수리 박사' 맘가이버 최무호 씨
'아기 장난감 수리 박사' 맘가이버 최무호 씨
  • 왕연상 기자
  • 승인 2021.02.16 06:1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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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무료 수리 재능기부 … 1년간 500여 개 수리 
아기 장난감 수리박사 최무호씨
아기 장난감 수리박사 최무호씨

 

"박사님, 좀 도와주세요. 우리 아기가 대여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고장이 났는데 고쳐오든지 새로 사오라고 하는데 새 장난감 가격이 1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한 아기 어머님이 다급하게 연락을 했다. 대여한 장난감을 아기가 가지고 놀다가 소리가 나질 않아 반납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장난감 수리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최무호(44)씨는 간절한 어머님의 사연을 듣고 장난감을 받아 수리를 진행했다. 중요한 전자 소자의 결함인 것을 한 번에 파악한 최 씨는 보유하고 있던 새 부품으로 교체 후 말끔하게 수리해서 돌려줬다. 

아기 엄마는 무사히 장난감을 반납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며 어떻게든 사례를 하려고 했으나 최 씨는 극구 부인하고 “잘 반납하셔서 무척 기쁘다”는 말과 함께 육아에 전념하시라며 오히려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무호씨는 "사실 저도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데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고장이 나서 울고 있는 딸을 보고 안쓰러워 고쳐주었더니 너무 좋아서 난리가 났었어요. 그래서 다른 아이들도 고장난 장난감 고쳐주면 너무 좋아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재능기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자동차 전자부품 개발 회사의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어린 딸을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쓰고 있는 중이다. 그런 시기에 평택 청북 지역에서 네이버 카페를 열고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거의 모든 고장난 장난감을 다 완벽히 고쳐내기에 어머님들 사이에서 '장난감 수리의 진정한 금손', '맘가이버' 등 여러가지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약 1년 동안 그가 고친 장난감의 수만해도 500개가 넘는다. 더욱 대단한 것은 모든 부품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며 장난감을 맡긴 이들에게 수리비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씨는 전문적으로 장난감 수리를 배운 적은 없지만 하드웨어 설계 엔지니어로써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유능한 직원이었기에 고장 증상만 들어도 어디가 문제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가끔 황당한 경우가 있긴 한데요. 어떤 어머님은 연락을 하셔서 냉장고가 고장났는데 고쳐줄 수 없냐고 하시기도 하고 어떤 어머님은 전기밥솥이 고장났다고 연락을 주시더라구요. 사실 그런 제품들은 제조사에서 부품을 가지고 있고 상용으로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도와드릴 수 없다고 말씀을 드립니다만 그래도 마음 같아서는 다 고쳐드리고 싶습니다."

최씨의 장난감 수리는 남달랐다. 재봉된 인형 장난감의 경우 수리를 하려면 실밥을 다 풀어야 하는데 어느 장난감 수리 센터에서도 재봉된 인형은 수리 불가라고 받지 않지만 최 씨는 재봉 인형 장난감도 수리를 해주었다. 실밥을 풀어 안에 부품을 들어내 고치고 아기들을 위해서 깨끗하게 세탁까지 해서 조립을 한다. 그리고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해서 깔끔하게 새것처럼 만들어준다.

최무호씨는 “아이들이 수리한 장난감을 받아서 너무 좋아하며 잘 가지고 논다는 어머님들의 연락이 가장 보람되고 기쁘다"며 "앞으로도 계속 재능기부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출산율이 저조해 정부에서 여러가지 정책을 펴고 있는데 최 씨와 같이 육아를 위한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출산율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