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별이 보고 싶을 때 나는 산골 고향으로 간다. 더이 상 도시에서는 과도한 불빛과 조명으로 별을 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어릴 적 밤하늘에 별을 보며 여러가지 꿈을 꾸곤 했지만 지금은 온갖 인공조명 불빛으로 밤하늘의 별을 잃어버렸다. 꿈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요즘 도시의 밤하늘에 별을 찾다가 우연히 밝은 달이라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도시는 별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최근 미국의 관측 위성인 NPP가 지구 빛의 밝기를 측정한 결과 이탈리아 90.3%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89.4%로 세계 2위의 불빛이 밝은 나라로 나타났다고 한다. 참고로 호주 0.9%, 캐나다 2.7%로 이들 나라에 비하면 매우 심각하게 빛으로 인한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빛공해는 오염이다. 수질오염, 대기오염, 토양오염 등의 환경오염과 더불어 빛공해는 생활환경을 침해하는 감각적인 오염일 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쳐 생태계를 파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2013년 제정된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에서 빛공해의 정의를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과도한 빛 또는 비추고자 하는 조명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라고 했다. 즉 빛의 오남용으로 발생하는 사람과 동·식물에 미치는 모든 피해를 빛공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법에는 빛 공해가 발생하거나 발생되어질 우려가 있는 지역을 1~4종의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하여 관리를 하고 각 구역에서 허용하는 빛 방사 허용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광고조명과 장식조명 그 밖의 조명으로 나누어 적용 시간과 기준 값을 정해놓고 있다.
빛공해라는 용어는 이미 196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빛공해로 인한 문제는 자연 생태계에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식물은 야간 조명에 의해 생리생태에 영향을 받게되며 광합성과 성장 등 영양생리와 생물계절에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 보고되고 있다.
2015년 한국 환경 생태학회지에 따르면 느티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의 야간 조명에 의한 생장과 개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야간조명의 조도가 높을수록 잎 생장률이 빨라지는 것을 확인했고, 결국 봄철 수목의 개화 및 잎 생장이 상대적으로 빠른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동물과 곤충의 경우 야행성 동물은 먹이 사냥을 하지못해 생태계가 파괴될 수도 있으며, 여름에 우는 매미는 도심지 공간에서 밤에도 울어댄다. 이는 주광성 곤충인 매미가 원래 낮에만 울고 밤에는 울지 않는 곤충인데 빛공해로 인해 밤과 낮의 생리주기의 혼란으로 특히 빛이 밝은 나무 근처에서는 더 심하게 울게 된다.
빛이 밝고 아름다운 도시는 우리 인간이 추구하는 문명도시의 표상이지만 이제는 생태계의 생물다양성과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인간의 입장이 아니라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생물의 생존권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곤충의 경우 조명기구의 변경으로 그들의 생명을 배려하고 유인특성이 적은 부드러운 광원을 사용하여 생활 습성에 교란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생태계의 종류별 특성에 맞는 인공조명의 파장과 강도를 파악해서 모든 불필요한 빛을 완화 조절하는 것이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빛공해이지만 식물의 입장에서는 분명 빛 고문이다.
생명을 주체와 객체가 아니라 모두가 주체가 되는 더불어 사는 삶을 자연의 모든 생태계에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어둠은 불안과 불편의 대상이 아니라 빛의 이면에 있는 휴식이자 안온함이다. 생명체 누구나 그 휴식과 안온함을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다.